가을 이사철이 성큼 다가오면서 추석연휴 이후 집값 전망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 시점인 듯 하다. 연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지, 반대로 먹구름이 낄지 등 서울은 회복세라고 해도 지방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앞으로의 전망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전세사기 공포’가 아직도 수요자들을 괴롭히는 모습이다.
정부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해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빚 더미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9월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액 70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가 발생했었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을 두고 발생했고 피해자만 70명에 달했다. 집주인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파산신청을 했고 건물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게 되버린 것이다.
‘세 모녀 보증금 편취 사건’도 유명한 사례 중 하나.
세 모녀는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자신들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빌라 500채를 구입했고 분양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했다. 임차인들에게는 분양대금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136명에게 298억원을 편취했다.
임차인이 준 보증금으로 집을 구매하는 방법을 활용해 주택 400채를 매입하고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은 50대도 지난해 경찰 수사에 적발돼 구속됐다. 자기 돈 한푼 없이 480억원대 전세 사기 행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사기피해를 입히고 지난해 숨진 ‘빌라왕’ 김모씨의 공범 등 총 60명은 올 7월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수사 결과 빌라왕이 전세사기로 취득한 주택은 1500채로 역대 전세사기 명의자 중 최대 규모였다. 확인된 피해자만 1244명, 피해금액은 2312억원에 달했다.
특히 청년들의 피해가 컸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금액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2.4%(1117억원), 2020년 49.6%(2320억원) 2021년 8월 62.8%(2210억원) 등 해마다 늘었다. 아울러 전체 건수 중 89%는 ‘3억원 이하’로 서민과 청년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중심으로 경·공매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미지급자에게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100일이 넘게 지난 지금, 정책의 수혜를 봤다는 얘기는 드물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지난 8일 “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피해자의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행 100일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조차 어렵고, 피해자 인정을 받더라도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게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별법이 정한 피해자 요건의 문턱이 너무 높고 피해 발생 사실이나 임대인의 사기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돼온 전세 시장이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크게 흔들린 셈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 새로운 임대차법이 도입된 시점이다. 치솟았던 집값이 지난해부터 급락했고,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시장은 또 한 번 혼란을 겪었다.
빌라 등 전세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이유는 결국엔 '전세 사기' 여파가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환금성, 거래 빈도, 가격 투명성 등 여러 방면에서 비아파트의 단점이 부각된다. 세입자들이 봤을 땐 '불안한 주택'인 셈이다. 수요가 없으니 가격 회복이 더딘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대표적 서민 주택인 빌라(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 '전세 사기'에 대한 여파가 시장을 흔들고 있어서다. 아파트와는 달리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점,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 등도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 정부가 내놓은 '전세 사기 특별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키운다.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집주인을 믿지 못하고, 집주인은 세입자의 선 넘은 요구에 황당한 상황이다.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불안한 상황을 야기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집주인을 어떻게 믿겠냐는 등 잠재적 범죄자 취급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세입자는 직업이나 소득 등 개인적인 부분까지 물어보기도 한다고 하니, 조금 꺼림칙하고 기분이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부터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서에 임대인, 임차인뿐 아니라 개업 공인중개사의 인적 정보를 기재하는 란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부동산 거래신고법 시행규칙’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신고 대상 정보는 부동산 소재지와 명칭, 등록번호, 전화번호, 대표자명, 소속 공인중개사다.
전월세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인적 정보 신고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에 요청한 사안이다. 공인중개사 정보가 없어 전세사기 조사, 수사가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니 지자체가 신고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가 이어졌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특별법상 지원을 받으려면 관할 시·도에 피해 인정 신청을 해야 한다. 각 시·도가 30일 내로 기초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국토부로 넘기면 이를 바탕으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피해자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새로운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부동산 거래신고법 시행규칙’ 시행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 변경, 해지되는 임대차 계약부터 적용한다.공인중개사가 허위 정보를 신고한다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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