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라는 복병을 만나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이 1360원을 돌파하고 국고채 금리는 연 4%대로 치솟았다. 환율과 채권 금리 상승은 기업과 개인의 거래 비용을 늘려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돈을 빌릴 때 줘야 할 이자도 비싸진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20원 오른 136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10일(1377.50원) 이후 가장 높다.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각각 연 4.108%와 연 4.351%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0.224%포인트, 0.321%포인트씩 급등했다. 단기물·장기물 금리 모두 4%대를 넘어선 것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위기가 터졌던 지난해 11월 초 이후 처음이다.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코스피는 2.41%(59.38) 내린 2405.69, 코스닥지수는 4.00%(33.62) 하락한 807.40으로 장을 마쳤다.
연준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연준은 지난달 19∼2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더 높이, 오래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한 덕택에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걸 그 이유로 들었다. 실제 이후 잇달아 발표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 등 미국 경제 지표들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며 연준 예측에 힘을 실었다.
높은 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자 미 국채 금리는 뛰고, 달러는 강세다. 전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일 연 4.810%로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7선까지 치솟았다.
이런 대내외 환경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도 오르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회사채)은 국고채보다 이자를 더 많이 줘야 한다. 앞으로 기업들이 돈을 빌릴 때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또한 개인들의 대출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도 자금을 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데, 금리가 높아져 비용 부담이 커지면 이를 다시 대출 금리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가계 빚이 늘어난 점을 염두에 두면 이런 시장 환경은 소비 위축은 물론 가계 부실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달러로 결제할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상승했다가 올해 6월 2%대까지 떨어졌지만, 두달 만에 3%대로 복귀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국면인 셈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점점 더 빠르게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로 인한 고금리 고착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은행의 대출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대외여건이 이렇게 불확실하다보니 고금리 장기화 속 경제상황이 여전히 악재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현재 정부 부채 수준이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증가율은 매우 빠른 상황이다. 부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악화되는 대외적 요건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국내적 상황이 없는 것이 문제적 이슈다.
늘어나는 빚은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은 부동산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시기에 대출로 집을 사는 '영끌족'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 부채 상승을 이끌었으며, 주식 등 자산 시장 호황 국면에서 '빚투' 움직임도 부채를 끌어 올린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생계형 대출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경우 보다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가계 부채와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계속 미루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해나간다면 경제적으로도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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